아버지 시신을 냉동고에 1년 넘게 숨긴 남성이 자수한 가운데 아버지가 숨진 상태에서 수십억대 이혼 소송이 진행된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.
이 남성은 이혼 소송 중이던 의붓어머니와 변호사에게는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처럼 속였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.
신귀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.
[기자]
지난 1일 40대 남성 A 씨는 70대 아버지의 시신을 1년 동안 냉동고에 보관해 왔다며 경찰에 자수했습니다.
A 씨는 재산 문제 때문에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바로 밝힐 수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.
그런데 YTN 취재 결과, 사망 당시 A 씨의 아버지는 수십억 원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.
지난 2022년 7월 부인 B 씨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해 올해 4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습니다.
A 씨는 아버지가 지난해 9월 숨졌다고 진술했는데 이때는 이혼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습니다.
당사자가 숨진 상태로 6개월 넘게 이혼 소송이 진행된 겁니다.
아버지 측 변호사는 YTN과의 통화에서 '소송과 관련해서는 주로 A 씨와 소통해 왔다'며 의뢰인이 숨진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.
B 씨도 이혼 소송 중에 남편을 전혀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.
의붓아들인 A 씨에게 아버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얘기하며 수차례 약속을 잡았다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.
[B 씨 / A 씨 의붓어머니 : 소송 2심, 1심에서도 저는 계속 기다렸어요. 최근까지도 만나게 (해 준다고 아버지). 만날 수 있다고, ○○아파트에 산다고.]
대법원은 "이혼 소송은 대리인이 제대로 선임돼 있다면 생존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"며 "법원으로서는 A 씨 아버지 상태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"는 입장을 밝혔습니다.
[이세일 / 경찰 출신 변호사 : 소송 과정에서 확실히 위증한 점이 있는지, 아니면 소송 사기 과정에서 재산 편취라든지 그런 데 관여한 게 있는지도 한번 살펴볼 필요는 있어요.]
이런 가운데 경찰은 A 씨가 지난해 11월 아버지 시신을 담기 위해 비닐 봉투를 구매했다가 크기가 작아 사용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아버지의 정확한 사망 시점을 조사하고 있습니다.
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버지 시신에서 외상 등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1차 부검 소견을 경찰에 전했습니다.
YTN 신귀혜입니다. ... (중략)
YTN 신귀혜 (shinkh0619@ytn.co.kr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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